시작에 관해서

2015.03.31 08:57 from 흐름

다시 그가 한 말을 떠올려 보자면, 


"전진이란 [...] 언제나 다시 한 번 시작부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 한 번이라도 제대로 시작한 적이 있던가? 우리는 지금까지도 문 앞에 서있는 것은 아닌가? 이 문이 우리에게 맞는 바로 그 문인지 아직까지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식은 흘러간다. 항상 시간성의 문제와 결부된다. 


글은 그 자체로는 멈춰있다. 글은 일반적으로 그 추상성*이 회화 등의 장르보다 낮은, 특수한 형태의 그림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의식은 이 그림을 보며, 훈련된 알고리즘을 통해 해석하며, 말하자면 다시 의식화한다. 이를 나는 '읽는다'고 표현한다. 


(*Diese Abstraktheit ist schon quantifizierbar, weil wir ja empirisch messen können, wie konsequent ein Bild interpretiert wird.)


이 관점에서 글을 쓴다는 행위의 어려움은 일종의 Zeitinkonsistenz (시간-비일관성?) 문제에서 비롯된다. 의식이 문장화되었을 때, 즉 글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을 때, 이미 의식은 저 너머로 흘러가 버렸다. 


생각은 다차원적이다. 여러 축의 이런저런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보통 n>4 차원적 문제의 시각화는 일정 정보의 손실을 불가피하게 수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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