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

2012.01.18 20:30 from 흐름

반대편 열차가 도착한다. 오랫동안 떠나지를 않는다. 첫차이기 때문일까. 이어서 이쪽 열차도 도착한다. 문이 열렸지만 빈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환승객을 위해 잠시 정차한다는 말이 들린다. 열차는 47분에 다시 출발한다. 시간을 확인하고는 어딘가에 적어 둔다. 나이가 많아 보이던 대부분의 승객들은 열차가 마지막 역에 도착해서야 내린다. 그들은 문이 열리자 마자 뛰어나간다. 영문도 모르고 조금씩 두려움과 마주한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빨라진다. 

 

기억이 외치는 곳에는 무언가가 고여있다.

물은 고이면 썩기 마련이지만 이곳에는 썩은 내가 나지 않는다.

바다에 소금을 뿌린이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내 속의 나는 그곳에 용기를 뿌린다.

용기는 두려움을 이겨내어 고요한 이곳이 보이지 않게 요동치게 한다. 

하지만 용기는 안된다는 좌절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은 이미 잊혀졌다. 

"더 알면 알 수록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더 잘 알게된다." 

그곳에는 내가 있다.

 

이른 시간 그리고 그렇게 늦지 않은 시간. 버스는 파란 선 안에서 달린다. 선과 담 사이로 유유히 도시를 빠져나간다. 나는 그 담장 위에 서있다. 나는 그 모든 것의 사이에 서있다. 과거와 미래, 동과 서, 남과 북 그리고 나와 나. 마치 햄릿이 물었던 것처럼 있음과 없음의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유혹한다. 나를 지배하려 한다. 하지만 나는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음을 안다. 나의 어떤 바람, 소망도 의미가 없이 그렇게 끊어져 버린다. 나는 그렇게 모호하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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